형태론 9권 1호 (2007, 봄철), 69-91
‘X-대(臺)’형 합성어의 몇 가지 유형에 대하여* 1)
김 정 남 이 논문은 ‘X-대’형 합성어를 몇 가지 하위 유형으로 분류하고 그 내부 구조를 살펴 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목적을 위해 먼저 ‘X-대’형 합성어에서 ‘대’의 실재와 분포를 살펴보고 각기 다른 단어 형성 속에서 대 각각의 의미를 도출한다. 그리고 ‘X-대’형 합성어에서 ‘X’의 공통 의미를 분석한다. 한국어의 어휘부 속에는 ‘X-대’ 형 합성어가 많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X-대’의 구조를 가진 단어는 955항 목이 있으며 그 중 ‘X-대’형 합성어는 608항에 이른다. 이 ‘대’가 접사가 아니라 어 기이며 신어의 형성에 있어서 매우 생산적인 구성 요소라고 주장한다. 또한 매우 중 요한 두 가지 유형의 ‘X’가 있음을 이 논문에서 제안한다. 하나는 행위성 어기이며 다른 하나는 구체물성 어기이다. 덧붙여 ‘X’에는 다른 여러 유형들이 더 있으나 수 적으로 매우 적으므로 여기서는 주목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신어들은 이 두 가지 중 요한 단어 유형들에서 유추되어 도출된다. ‘독서대’, ‘화장대’는 행위성 어기에서 도 출된 대표적인 단어들이며 ‘장독대’, ‘서적대’는 구체물성 어기에서 도출된 대표적인 단어들이다. 전자의 유형이 후자의 유형보다 수적으로 더 많고 일반적이다. 핵심어휘: 단어 형성, ‘X-대’형 합성어, 접사, 어근, 어기, 생산적, 신어, 도출 1. 서론 단어의 구성이나 형성은 어휘론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분야이다. 문장을 형성할 때 일정한 문법이 있듯이 단어를 형성하는 데에도 일정한 기준이나 규칙이 있다. 그러나 문장 문법에 비하여 그 기제가 간단명료하게 정리되지 않을 뿐 아니라 상당히 개별적인 측면도 있어 그간 단어 형성론은 많은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아직도 그 눈길이 미치지 못한 부분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그 구조 분석에 손길이 닿지 않은 단어들 혹은 단어 유형들이 많이 있다. 특히 조어론이나 *본고는 경희대학교 학술연구조성비의 지원을 받아 연구되었음. 70 김정남 단어구조론에서의 주된 관심은 고유어 접사 부분에 많이 기울어져서 한자어의 조어 나 구조에 대한 부분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은 측면도 있다. 본고에서 다루고자 하는 단어 부류 역시 그러한 단어 부류 가운데 하나이다. 국어 어휘부 속에는 ‘장독대, 화장대, 천문대, 기상대’ 등 ‘대’(臺)를 후접(後接) 구성 성분 으로 가지고 있는 단어들이 매우 생산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단어들의 내부 구조를 면밀하게 분석한 연구는 거의 없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단어 부류들을 ‘X-대(臺)’형 합성어들이라 명명하고 이 단 어 부류들에서 ‘대’(臺)에 선접하는 요소들, 즉 ‘X’의 구조와 의미를 분석하여 몇 가지 하위 유형으로 나누어 고찰하고 그 하위 유형별로 어떻게 다른 단어 형성 기제 가 작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서 ‘대’(臺)는 완전한 비자립 형식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선접 부분에 비하면 확실히 덜 자립적인 형태인 경우가 많은데 선접 요소에 따라 ‘대’(臺)의 의미가 어떻게 달리 나타나며 또 그러한 요소들 을 선접하고 있는 ‘X-대(臺)’ 전체는 어떤 의미 유형으로 나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자 한다. ‘대’(臺)는 단순히 단어구성소일 뿐 아니라 현재에도 얼마든지 새로운 단어 를 형성하는 단어형성소로도 기능하고 있으므로 ‘X’의 구조와 의미를 분석하고 ‘X- 대(臺)’형 합성어들의 의미 및 구조적 양상을 밝히는 것은 조어법의 연구 및 신조어 생성 작업에 기여하는 바가 많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따라서 ‘X-대(臺)형’ 단어들에서 ‘대’(臺)에 선행하는 성분, 즉 X의 성격이 어떠한 지를 귀납적이고 통계적인 방법으로 밝혀서 ‘X-대(臺)형’ 단어들을 유형화하고 그 각각에서 ‘대’(臺)의 의미를 찾아봄으로써 단어 형성의 일반적인 기제를 밝히는 데에 한 걸음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 이 논문의 목표이다. 2. ‘대’(臺)의 성격 2.1. 어기인가? 접사인가? 한자어를 이루는 구성 요소, 즉 한자어 어기나 어근, 혹은 접사들에 대해서는 고유 어 어기나 어근, 접사들에 비해 조어론적·형태론적 논의가 적었던 편이다. 한자어의 합성어에 대한 최근의 연구로 김일병(2005)가 있으나 한자어들의 일반적인 구조에 관한 개괄적이고 연역적인 검토로서, 어떤 요소를 왜 어근으로 보는지 그 자립성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해서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 김광해(1994: 481)에 서는 오히려 “불투명한 성분을 포함한 형태는 합성어이다. 구성 성분 중의 하나가 ‘X-대(臺)’형 합성어의 몇 가지 유형에 대하여 71 자립적인 형태로 분리되지 않음으로써 마치 지극히 ‘비생산적인 접사’처럼 사용된 경우는 일단 합성어의 목록에 넣는다.”라고 함으로써 마치 ‘비자립적인’ 구성 요소의 존재가 합성어의 형성에 필요조건이 되는 것처럼 기술하고 있는데 의미가 불투명한 것이 합성어의 요건이 되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한자어 합성어의 경우 개별 구성 성분의 의미 요소들의 합으로 전체 단어의 의미를 추측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볼 때 재론의 여지가 있다. 그리고 비자립적인 형태가 반드시 비생산적인 접사로 쓰이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비록 비자립적인 요소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생산적으로 사용되는 예가 한자어 어근 중에는 많이 있 다. 예를 들어 ‘어’(語)나 ‘권’(圈) 등은 얼마든지 자립적인 어기에 붙어 사용되는 비자 립적인 형태이지만 생산적이기도 하고 의미도 투명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어’ (語)나 ‘권’(圈)을 접미사로 다루고 있는 논의는 많지 않다. 그러나 가령 ‘가(家), 자’(者) 등은 접미사로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할 때 전자와 후자의 차이 는 무엇일까? 결국은 의미적인 차이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데 가령 ‘가’(家)에 ‘집’의 의미 외에 ‘~에 종사하는 사람’의 의미를 더 부여한다면 ‘가’(家)를 접사로 분석할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이다. 전자와 후자는 자립성 면에서 동질적이므로 의미 투명 성의 차이에 따라 어근(어기)과 접사로 나누었을 뿐이기 때문에 이런 의미 투명성의 확보를 통해 그 차이점이 해소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대’(臺)를 자립적인 어기라고 할 수 있을까? 김계곤(1997)과 같은 방대한 논의에서도 숱한 단어구성 요소들을 다루고 있으나 한자어 부분은 극히 일부에 한정된다. 김계곤(1997)의 목록에는 ‘계’(計), ‘기’(機) 등이 포함되어 있을 뿐 우리 논의의 초점인 ‘대’(臺)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나 ‘대’(臺) 역시 이들에 준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김계곤(1997: 92-93)에서 ‘계’(計), ‘기’(機) 등을 포함한 1음절 한자의 상당 부분을 ‘안옹근이름씨’로 다루고 있는 점은 우리의 논의에 시사점 을 준다. 이 부분을 접사가 아니라 안옹근이름씨라 함으로써 그 자립성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안옹근이름씨 역시 다른 요소를 선행시키는 특징이 있으 나 이는 통사적 구성이며 단어 구성이 아니므로 안옹근이름씨라는 명명 자체는 그것 을 자립적인 한 단어로 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대’(臺)에 대한 표준국어대사전의 기술을 보면 두 가지의 ‘대’(臺)가 등재되어 있는데 하나는 자립명사이고 하나는 의존명사이다. 말하자면 동음어로 두 항목이 등재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한한사전에서 ‘대’(臺)는 다음 (2)와 같이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개별 한자로 풀이되어 있다. 다음 (1)은 표준국어대사전의 등재 내용 72 김정남 이고 다음 (2)는 한한사전의 내용이다. (1) 가. 대14: 「명」 「1」 흙이나 돌 따위로 높이 쌓아 올려 사방을 바라볼 수 있게 만 든 곳. 「2」 물건을 떠받치거나 올려놓기 위한 받침이 되는 기구를 통틀 어 이르는 말. 나. 대15: 「명」 「의」 차나 기계, 악기 따위를 세는 단위. ¶녹음기 한 대/피아노 두 대/자동차 다섯 대/비행기 열 대/윤전기 세 대. § (2) 臺(돈대 대): 1. 돈대. 2. 대 ㉮ 물건을 얹는 대. ㉯ 높고 평평한 곳. 3. 관청 4. 조정. 5. 성문. 6. 능, 능묘. 7. 남을 높이어 이르는 말. 8. 낮은 벼슬 아치. 9. 기다리다. 10. 청제(淸制)의 역(驛)의 하나. 11. 산 이름. 12. 성(姓). 13. 땅 이름 (1나)는 수량을 세는 단위로서 의미상 우리가 주목하는 바로 그 ‘대’(臺)는 아니다. 그러므로 (1나)는 우리의 논의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그러나 (1가)도 ‘X-대(臺)’형 합성어들에 나타나는 모든 ‘대’(臺)의 의미를 포괄하지는 못한다. (2)의 경우 (1)보다 확실히 더 많은 ‘대’(臺)의 의미를 담고 있으나 이는 국어 한자어 속에 단어의 일부로 서 나타나는 ‘대’(臺)의 의미라기보다는 한자 자체의 의미여서 중국 한문에서 나타나 는 여러 용법까지 포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냥 그대로 한국어 어휘 체계 내에 들어 있는 한자어 구성소의 의미로 참고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또한 이런 상세한 여러 가지 의미 풀이에서도 역시 한자어 구성소로서의 중요한 ‘대’(臺) 의 의미를 완전히 포괄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점에서는 (1)의 경우와 큰 차이가 없다. 이렇게 비록 ‘대’(臺)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명사로 등재되어 있고 다른 논의에서 도 그렇게 다룰 수 있는 시사점을 찾을 수 있으나 실제로 ‘대’(臺)가 자립적인 명사의 용법을 보이는 예는 매우 적고 일반적으로는 단어 형성 부문에 있어서만 생산적인 양상을 보이는 단어구성소 및 단어형성소로서의 쓰임을 보인다고 하겠다. 즉 ‘대’ (臺)는 단독적으로가 아니라 주로 ‘X-대(臺)’형 합성어들 속에서 나타나므로 ‘대’(臺) 자체의 자립성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다음 예문들에서도 ‘대’(臺)가 자립적이지 않다는 증거를 볼 수 있다. (3) 가. 전시장 안에는 많은 { *대/진열대}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나. 어느 { *대/상품대}에도 마음에 드는 상품은 없다. 다. { *대/작품대}를 장식하기보다는 작품을 좋은 것으로 놓아야 한다. (3나)와 (3다)에서는 ‘상품대’나 ‘작품대’와 같이 신조어적인 성격의 단어를 사용하 는 것이 ‘대’를 자립적인 용법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문장을 구성 한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관점에서도 ‘대’를 자립어라고 하기보다는 ‘X-대(臺)’형 합성어의 몇 가지 유형에 대하여 73 비자립적인 단어구성소 혹은 단어형성소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대’(臺)를 접사로 볼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접사의 중요한 특징은 비자립성이지만 접사는 의미론적으로 중요한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즉 의미 가 상당히 추상화되어 본의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비자립성과 동시에 의미의 추상화 혹은 상당한 변질이 동반되는 경우에라야 접사로 인정된다. 그러니까 이 두 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접사화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가령 ‘길’이라는 고유어 자립 어기가 단어 구성에 참여하는 다음 예들을 보자. (4) 가. 고부랑길, 갓길, 찻길, 버들길, 가로수길, 큰길, 내리막길, 갈림길, 갈래길1) 나. 오솔길 다. 출셋길, 고생길 라. 가르맛길 (4가)는 선접 요소와 분리가 쉽고 ‘길’의 의미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예들이다. 그러나 (4나)는 선접 요소가 이른바 유일형태소로서 그 자체로는 자립적이지 않을 뿐 아니 라 의미조차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4나)에서의 ‘길’을 의존적인 요소라고 하지는 않는다. (4다)에서는 ‘길’의 의미가 추상화되어 일종의 의미 변화를 입었으나 그렇다고 이때의 ‘길’을 접사라고 하지도 않는다. 더구나 (4라)에서의 길은 추상화도 아닌 다른 의미의 ‘길’이라 하겠으나 이 ‘길’이 쓰인 예를 ‘길’의 합성어 범렬(paradigm)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 이렇게 비자립성과 의미의 추상화를 동시에 가진 요소가 아니라면 접사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 본고의 관점이다.2) ‘대’의 경우에 는 비자립적이지만 의미가 추상화되지 않아서, ‘길’의 경우에는 의미가 추상화된 예에서도 ‘길’이 여전히 자립성을 유지하고 있어서 접사가 아닌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산’(山), ‘문’(門), ‘실’(室)과 같은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산’과 ‘문’은 단어 형성 과정에서 의미가 다소 추상화되더라도 여전히 자립적인 성질을 유지한다고 볼 수 있으며 ‘실’은 비록 비자립적인 형식으로 단어 형성에 참여하나 그 의미가 투명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러므로 ‘산’(山), ‘문’(門) 등만이 아니라 ‘실’(室)과 앞서 제시한 ‘가’(家), ‘자’(者) 등도 접사가 아닌 어기라고 보는 것이 본고 1) ‘갈래길’은 북한어이므로 표기상 사이시옷이 반영되어 있지 않으나 남한어 기준으로 본 다면 사이시옷이 들어가야 한다. 이에 대응하는 남한어는 ‘갈림길’이다. 선접 요소로 동 사의 명사형이 취해져 있다. 2) 여기서 ‘비자립성’과 ‘의미의 추상화’를 언급한 것은 이 두 가지가 접사의 충분조건이라 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두 가지가 충족되지 않으면 접사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둘은 접사의 필요조건이라고 하겠다. 74 김정남 의 관점이다. 이 밖에도 이와 유사한 한자어 단어구성소 혹은 단어형성소는 얼마든 지 있다. 노명희(2002)에서는 ‘신문, 신여성, 신 영재 사관학교’ 등의 단어들에서 ‘신’(新)이 각기 다른 구조적 지위를 가지며 그래서 그 각각이 구분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신문’ 에서의 ‘신’은 어기, ‘신여성’에서의 ‘신’은 접사, ‘신 영재 사관학교’에서의 ‘신’은 관형사라고 하는 것이 그 구분이다. 이는 겉보기에 동일하게 보이는 요소라도 단어 구성 내부에서 그 환경마다 다른 구조적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분석하고 분류하였다 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이러한 관점을 조금 달리하여 위의 각 단어들에서 ‘신’(新)의 의미가 과연 동질적인가 아닌가에 더 주목하여야 한다고 본다. 본고에서는 위 세 구성에서 ‘신’의 의미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달리 구분하는 데에 주력하기보 다는 ‘新’(신)이 단어 구성에서 얼마나 생산적이며 어떤 방식으로 다른 어기들과 통합하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신’의 종류를 가르기보다 ‘신’과 통합하는 요소들의 종류를 가르는 일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물론 ‘신’ 자체가 의미적 으로 여러 가지로 나뉜다면 그것 역시 살펴볼 가치가 있다. 본고의 관점에서라면 ‘신’은 비록 비자립적이지만 그 의미가 추상화되지 않아 투 명하고 동질적이기 때문에, 즉 앞서 말한 두 가지 요소를 다 충족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이 ‘신’을 접사로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노명희(2002)에서와 같이 여러 가지 로 보지도 않는다. 본고에서는 이런 구성들에서 ‘신’(新)의 종류를 가르는 것보다 ‘신’(新)과 통합하는 다른 요소들의 성격을 가르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한 작업이라 고 본다. 국어의 단어 형성에서 모든 한자 어기나 접사가 다 어떤 구성에나 참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므로 ‘신’(新)에 대해서도 그 자체에 어떤 구조적인 종류가 있는가 를 살피는 것보다는 이와 통합하는 요소들의 성격을 구명하고 유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는 ‘신’(新)과 같이 기존 논의에서 일반적으로 접두사로 다루어 온 성분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가’(家)와 같이 일반적으로 접미사로 다루어 온 성분에도 똑 같이 적용되는 문제이다. 예를 들어 ‘화가’에서의 ‘가’는 ‘화’가 비자립적이므로 비자립적 ‘어기’, ‘예술가’에서의 ‘가’는 ‘예술’이 자립적이므로 비자립적인 ‘접사’라 고 하는 식으로 분류하는 것은 분류상 매우 간결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국어의 한자어 구성에서 매우 생산적인 요소에 속하며 의미도 동질적인 ‘가’ 자체가 여러 가지라고 하는 기술보다는 ‘가’에 선행하는 요소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기술하고 보여주는 것이 국어의 어휘를 체계적으로 기술하고 또 생산적인 요소 ‘가’가 또 다른 ‘X-대(臺)’형 합성어의 몇 가지 유형에 대하여 75 단어들을 생성해 내는 기제를 밝히며 나아가 새로운 단어들을 생성해 내는 일종의 지침을 주는 데에 더 많은 기여를 한다고 하는 것이 본고의 견해이다. 본고에서는 이상과 같은 관점에서 ‘대’(臺)에 선행하는 ‘X’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그것들을 분석 하고 유형화하는 데에 주력하고자 한다. ‘X’에 후접하는 ‘대’(臺)는 의미상 동질적인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대’(臺)는 그 자체가 다의어이므로 구성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다. 말하자면 ‘X’와 ‘대’(臺)의 의미 관계는 상호적인 것이다. 그러나 동일한 의미를 가진 ‘대’(臺)에서도 여러 유형의 ‘X’가 나타나는 것이 흥미롭 다면 흥미로운 일이고 문제라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2.2. 생산성이 있는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X-대(臺)’형 합성어들은 608항목에 이르는 데3) 이는 비교적 생산적인 용법을 보이는 고유어 접사 ‘-보’나 ‘-쟁이’, ‘-질’ 등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은 숫자에 해당하며 ‘산’(山), ‘문’(門), ‘상’(床), ‘병’(甁) 등 다른 어떤 복합어 구성소나 형성소보다 생산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대’(臺)의 생산성에 육박하는 생산성을 보이는 한자어 단어형성소들도 얼마든지 있다. ‘기’(機)나 ‘기’ (器), ‘계’(計) 등도 상당히 생산적인 한자어 단어형성소에 속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대’로 검색하여 얻은 955 단어 가운데 ‘대’의 원어가 ‘臺’인 것이 608 항목에 달하며 이들이 같은 범주 속의 합성어로 분석되는 것은 바로 이런 ‘대’(臺)가 단어의 구성 요소로서 매우 생산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높은 생산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대’(臺)의 한 특징으로 제시할 수 있다. 한편, ‘생산성’이라는 것이 어근이나 어기가 아니라 바로 접사의 성격을 규정하는 용어라는 견해가 있으나 바우어(2001: 13)에 의하면 ‘생산성’이란 형태론적 과정의 한 자질이며 문법적인 절차에서도 생산성을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본고 3) 이 항목들은 표준국어대사전 CD의 검색 기능을 이용하여 ‘**대’로 검색하여 얻은 955 단어 가운데 ‘대’의 원어가 ‘臺’인 것만을 수작업으로 추려 뽑은 것이며 여기서 단위성 의존명사 ‘대’와 ‘센다이’, ‘성대’(惺臺)와 같이 고유명사 표기로서 원어만 표기상 ‘臺’일 뿐인 단어들이나 어원을 추측하기 어려운, 즉 ‘대’(臺)의 의미가 불투명한 ‘산대’(山臺), ‘가필주대’(歌畢奏臺) 같은 단어들은 제외한 것이다. ‘--대’형 합성어들이 전체 955개인 데 그 중에 ‘X-대(臺)’형 합성어가 608개나 되는 것은 ‘대’(臺)가 그만큼 생산적인 단어 형성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겠다. ‘대’(臺)가 단지 구성소로서만 자리 잡고 있지 않고 형성소로서 기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X-대(臺)’형 합성어 중에서 아직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단어들도 있기 때문이다. ‘서적대: 책을 올려놓고 전 시하는 대’, ‘사전대: 사전을 올려놓고 보는 대’ 등이 이에 해당한다. 76 김정남 에서 ‘대’(臺)를 접사가 아닌 한자어 어기 혹은 어근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그 생산성 에 관한 논의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이러한 ‘대’(臺)의 생산성이 야말로 신어들에 ‘대’(臺)를 끊임없이 출현시키는 기제가 되므로 더더욱 논의의 필요 성이 있다고 하겠다. ‘접수대’라는 단어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북한어로 “「명」 북 「1」 출 인쇄기 또는 종이 접는 기계에서 인쇄된 종이나 접은 종이가 쌓이는 대(臺). 「2」 통 수동 시외 전화 교환국에서 시외 통화 신청을 전문적으로 접수하는 교환대.”라는 뜻풀이 로만 등재되어 있으나 병원 등에서 ‘신청’ 및 ‘등록’을 하는 작업대의 의미로 일반화 되어 있으며 ‘수납대’ 같은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으나 역시 병원이나 은행 등에서 “돈을 받는 창구”의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므로 ‘대’의 생산성 자체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하겠다. 박용찬(2002)에 수록된 2002년 신어 가운데 ‘X-대’형 합성어는 ‘오름대, 독서대, 배식대, 시음대, 놀이대, 승차대, 흔들침대’가 있고 박용찬(2003)에 수록된 2003년 신어 가운데는 ‘정비대’가 있다. ‘오름대’나 ‘놀이대’와 같은 순화어적인 성격을 가진 단어는 그다지 친숙한 느낌이 들지 않으나 나머지 단어들은 매우 친숙하게 느껴져서 이 단어들이 과연 신어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독서대’의 경우 비록 현재까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아 신어의 목록에 들었지만 실제로 이와 같은 명칭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상품명화되어 있기까지 한 것으로 보아 진정한 신어라 하기 어렵고 ‘배식대, 시음대’ 등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판단되는 단어들이 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우리의 연구에서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형태를 주된 연구대상으로 뽑았으나 이는 편의적 조치일 뿐이며 이것이 실제 국어 어휘부 속의 모든 ‘X-대(臺)’형 합성어의 목록을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어휘의 목록은 한정되어 있으나 결코 ‘닫힌 집합’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대’(臺)가 높은 생산성을 가졌다는 증거는 ‘X-대’형 합성어 중에 ‘신호 지레대’, ‘관광대’, ‘관측대’, ‘공중무대’ 등 북한에서의 신조어가 많다는 점, ‘다이빙 대’, ‘씽크대’, ‘골대’ 등 영어와의 합성어도 상당히 나타난다는 점, 그리고 ‘관상대’, ‘측후대’에서 ‘기상대’로의 변경 등 ‘X-대(臺)’형 합성어 사이의 명칭 변경어가 나타 난다는 점, ‘보행기’를 ‘걸음대’로 순화한 경우에서 ‘X-대(臺)’형 합성어를 적극 살려 썼다는 점 등에서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X-대(臺)’형 합성어의 몇 가지 유형에 대하여 77 2.3. 경음화가 되는가? ‘X-대(臺)’형 합성어들 중에는 ‘대’가 선접 요소의 영향으로 경음화되는 경우가 있다. 선행 어기가 음절 말음으로 폐쇄음 ‘ㄱ, ㅂ’을 가진 (5가)와 유성 받침을 가진 (5나), 그리고 사이시옷이 개재된 (5다)의 경우 거의 경음화가 실현되는 것으로 설명 할 수 있다. (5) 가. 장독대, 옥대, 촉대, 축대, 가로왕복대, 해식대, 작업대, 심압대 나. 장대, 향대, 한벌대, 애벌대, 앉을대 다. 촛대 라. 오름대 (5나)의 ‘앉을대’처럼 관형형이 어기인 경우에는 중세국어에서 사이시옷이 개재했 었으므로 유성자음 받침이라는 환경으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사이시옷의 개재로 설명할 수도 있다. (5나)의 ‘장대’는 한자로 ‘杖臺’라 되어 있으나 본고에서는 그 어원이 혹 <청산별곡>에 나오는 ‘대’가 아니었을까 추정해 본다. “사미 대예 올아셔 奚琴을 혀거를 드로라”라는 구절에 나오는 ‘대’를 장대라고 해석하여 가느 다란 장대 끝에 사람이나 사슴이나 사슴의 탈을 쓴 사람이나 그 누군가가 올라가는 위태한 장면을 상정하곤 하였었는데 그 ‘대’가 ‘짐’과 ‘대’의 합성어라고 한다면 “짐을 올려놓는 대”로 해석되어 “누구나 무난히 올라갈 수 있는 조금 높은 곳”이 되므로 문맥적으로도 훨씬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대’에서 ‘장대’로의 어형 변화를 음운론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청산별곡> 의 ‘대’가 ‘짐’과 ‘대’의 합성어라고 해석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대’에서 ‘장대’ 로의 어형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별개의 단어로 간주한다면 이 ‘대’는 후대에 폐어 가 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5라)의 경우에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등재 가 되어 있으나 순화어로 생겨난 일종의 신어로서, 그 발음이 경음화가 된다고 사전 상에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4) 필자의 직관에 따르면 경음화가 되는 예이다. 유성 자음 뒤라는 환경적인 부분에서는 (5나)의 경우들과 묶어 다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X-대’형 합성어들에서 X의 음운 환경이 동일하다고 하여 그 경우 모든 ‘대’가 경음화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대’의 경음화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음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대’ 경음화의 경우에도 이 경음화는 순수한 음운 변동으로서의 경음화라기보다는 이른바 ‘사이시옷’적인 요소가 결부되어 있는 4) 표준국어대사전의 발음 정보 부여는 주표제어에 한정되어 있는데 이 단어는 북한어로 서 주표제어에 해당되지 않아 발음 정보가 주어지지 않은 경우에 속한다. 78 김정남 경음화라고 할 수 있다. 사이시옷은 공고한 합성어 구성에만 나타나므로 동일한 음운적인 조건에서도 수의적으로 경음화가 일어나게 하는 원인이 된다. ‘김밥’이나 ‘떡밥’, ‘창고’, ‘창구’, ‘참고’ 등의 단어에서 둘째 음절 첫소리의 경음화는 화자들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수의적인 성격을 갖는데 각각의 단어들에 대한 친밀도와 경음화 에는 어느 정도의 비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김밥’을 자주 발화하는 화자들은 경음화한 [김빱]이라는 발음을 선호하며 ‘떡밥’이나 심지어 ‘참고’에서까 지도 해당 단어에 대한 발화 빈도가 높을수록 경음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의 경음화의 경우에도 그 경음화 여부를 순전히 음운론적인 기제로 만 설명할 수 없고 사용 면과 관련한 기제가 있을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동일한 음운적 환경에 있는 ‘장대’와 ‘화장대’에서 ‘대’가 전자에서는 경음화를 일으키고 후자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은 바로 전자가 후자에 비해 더 합성어로서 공고하기 때문에 사이시옷이 개재한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김창섭(1994: 43-45)에서는 구조적으로 사이시옷을 가질 수 없는 예외적인 사이 시옷들에 대하여 임홍빈(1981)의 논의를 가져와 합성명사의 제2요소들이 개별적으 로 가지고 있는 ㅅ 전치성의 자질에 끌린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동일한 구성요 소로 이루어진 합성어 [눈0사람]과 [눈ㅅ사람]에서 후자의 경우에만 경음화가 일어 나는 것은 후자의 경우 합성한 요소 ‘사람’에 ㅅ 전치성 자질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설명을 ‘대’의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설명 방법은 ‘대’의 경음화를 ‘X’의 자질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대’의 ‘ㅅ 전치성’ 이라는 자질로 설명함으로써 ‘X’의 음운적인 환경이 동일하여도 ‘대’ 경음화가 수의 적으로 일어나는 경우에 대하여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3. X의 성격과 유형 ‘대’(臺)는 생산성이 높다 보니 ‘X-대(臺)’형 합성어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그럼에 따라 그 유형도 여러 양상으로 나타난다. ‘대’(臺)에 선접하는 요소들, 즉 ‘X’의 의미· 구조적 양상이 다양한 부류를 이루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합성된 단어에 따라 ‘대’ (臺)의 의미도 다양하게 해석되기도 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가령 “책을 펼쳐 올려놓을 수 있는 받침” 기능을 하는 동일한 사물에 대하여 ‘도서대’라는 단어로 지칭하기도 하고 ‘독서대’라는 단어로 지칭하기도 하는데 이때 ‘X’로 나타나는 ‘독 서’(讀書)라는 행위성 명사와 ‘도서’(圖書)라는 구체물성 명사는 매우 이질적인 것을 ‘X-대(臺)’형 합성어의 몇 가지 유형에 대하여 79 알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화장대’(化粧臺)와 ‘경대’(鏡臺)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되 며 ‘관상대’(觀象臺)와 ‘기상대’(氣象臺)에서도 시기를 달리하는 명칭으로서 비슷한 양상으로 관찰된다. 한편 ‘해운대’(海雲臺) 등에서는 ‘X’가 고유명사일 뿐 아니라5) ‘X-대(臺)’형 합성어 전체가 다 고유명사가 되기도 하며 ‘경궁요대’(瓊宮瑤臺)에서 는 합성의 결과 고유명사가 될 뿐 ‘X’의 구조나 의미 면에서 뚜렷한 특징을 발견하기 어렵기도 하다.6) 송원용(2005: 14)에서는 단어 형성을 규칙으로 보는 입장과 유추로 보는 두 입장 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으며 유추로 설명하는 방식이 여러 모로 이점이 많음을 강조하 고 있는데 본고에서는 이 입장을 따르기로 한다. 동일한 형태의 단어구성소에 선접 하는 요소들의 구조적 양상이 다른 것을 단일한 규칙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합성 규칙 자체를 세우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X’가 몇 가지 유형으로 존재하면 거기에 유추하여 유사한 구조의 단어들이 생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화장대’(化粧臺)나 ‘경대’(鏡臺)는 일본어에서도 동일 한 어휘로 존재하는데 중국어의 경우에는 ‘경대’는 없고 ‘화장대’만이 존재하며 ‘장독 대’의 경우에는 일본어에는 동일한 어형이 존재하나 중국어에는 ‘옹기대’(甕器臺)와 같은 다른 단어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한국어 내에서뿐 아니라 한자 문화권의 다른 언어들의 어휘 체계 내에서도 비슷한 유형을 관찰할 수 있는 ‘X-대’형 합성어의 구조를 하나의 규칙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고 유추라는 기제가 이들에 대한 설명을 훨씬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X’는 전술한 바와 같이 의미적으로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행위성 어기 부류이고 다른 하나는 구체물성 어기 부류이다.7) 5) ‘해운’(海雲)은 신라 시대의 최치원 선생의 호이다. 여기에서 지명이 유래하였다고 전해 진다. 6) 앞에서 우리의 ‘X-대(臺)’형 합성어 항목을 선정함에 있어서 ‘센다이’류를 제외한다고 하 였는데 ‘센다이’의 경우는 어원을 알기 어려워 ‘대’(臺)와의 연관성을 전혀 찾을 수 없으 므로 제외한 것이고 ‘해운대’(海雲臺)의 경우에는 ‘대’(臺)의 의미가 살아 있으므로 제외 하지 않았음을 밝혀 둔다. 7) 모든 X가 다 행위성 어기와 구체물성 어기만으로 양분되는 것은 아니고 X 가운데는 X 자체로는 무엇이라고 규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대체로 ‘작업대, 선반, 받침’ 등의 의미로 사용되는 ‘대’(臺)에 선접하는 X만을 행위성 어기나 구체물성 어기로 나누었다. 그러므로 총 608항목의 어기 가운데 이 두 가지로 분류되는 어기는 377개에 해당할 뿐 이다. 그러나 이 숫자는 적은 숫자는 아니다. 나머지는 다른 유형으로 하위분류될 것이 다. 80 김정남 3.1. 행위성 어기 X 행위성 어기가 나타내는 행위나 동작의 의미는 다시 ‘외부작업’과 ‘자체작업’으로 나뉜다. 여기서 자체작업이라 하면 이 X라는 행위가 ‘대’ 자체가 일으키는 행위나 작업이라는 뜻이고 외부작업이라 하면 X라는 행위가 ‘대’에서 일어나기는 하되 ‘대’ 자체가 그런 작업이나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를 토대로 하거나 매개로 하여 해당 작업이나 행위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수술대, 판매대, 발사대, 침대’ 등의 예를 보면 X라는 행위 즉, ‘수술’, ‘판매’, ‘발 사’, ‘침’(잠자기)은 ‘대’ 자체가 하는 작업이나 행위가 아니라 그 ‘대’를 이용하여 누군가가 해당 작업이나 행위를 하는 ‘작업대’의 의미를 지닌다. 반면 ‘왕복대’에서 ‘대’는 다른 사람이 이 ‘왕복대’를 이용하여 ‘왕복’ 행위나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왕복대’ 스스로가 왕복 운동을 하는 것임을 의미한다.8) 이렇게 X가 행위나 동작을 의미할 때 ‘대’의 의미는 (1가)나 (2)에는 전혀 기술되어 있지 않은 ‘작업대’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대’의 의미가 ‘X-대’형 합성어 전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바로 이렇게 ‘X-대’형 합성어 전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의미가 표준국어대사전이나 자전 등에 기술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다소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중요한 의미 하나를 사전 기술에 추가해야 한다는 점을 결론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이 논문의 성과 중 하나라 할 것이다. 3.1.1. 외부작업의 의미를 지니는 X 이미 앞에서 제시한 250:28이라는 숫자에서 볼 수 있듯이 행위성 어기 X 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외부작업의 의미를 지니는 X이다. 이들은 대개 2음절의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자립적인 어기, 즉 행위성 명사에 속한다. 이들 어기에 접사 ‘-하다’가 통합하면 동사가 되기도 하는데 이들 어기들에 ‘대’가 통합하면 이런 행위나 동작을 하는 ‘작업대’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물론 ‘침대’ 등에서 보는 것처럼 X가 1음절인 경우도 있으며 ‘가로왕복대’에서와 같이 4음절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 다. 그러나 대체로는 2음절인 경우가 많다. 한편 자립성 유무를 볼 때에는 그 비중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X’가 단어구성소인지 단어형성소인지 밝히기 어려운 것과 유 8) 377항목의 X 가운데 행위성 어기로 나타나는 경우는 278개에 해당하며 이는 다시 외부 작업에 해당하는 행위성 어기 250개와 자체작업에 해당하는 행위성 어기 28개로 나뉜 다. ‘X-대(臺)’형 합성어의 몇 가지 유형에 대하여 81 사한 측면이다. 가령 ‘보면대’(譜面臺)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보면’을 일반적으로 자립적인 어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보면대’라는 합성어 구성에만 나타나는 단어구성 소로 본다.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보면’을 명사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것이 자립적인 용법이 확인되는 단어인지는 의심스럽다. 그러므로 자립성 유무에 대한 판단은 말뭉치 검색 등과 같은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성급하게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며 한편으로는 말뭉치만을 무조건 믿을 수도 없는 어려운 일면이 있다. 말뭉치는 어차피 모든 어휘 요소의 출현에 일정한 제약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X의 목록을 제시함에 있어 자립적인 것과 비자립적인 것을 구분한 것은 어디까지나 편의적인 조치일 뿐이다. (6) 가. 자립적인 X 고문(拷問), 건조(乾燥), 관광(觀光), 관망(觀望), 도약(跳躍), 소독(消毒), 골 (goal), 독서(讀書), 독경(讀經), 조회(朝會), 진열(陳列), 검사(檢査), 농구(籠球), 당구(撞球), 거치(据置), 화장(化粧), 계산(計算), 고정(固定), 고해(告解), 담화(談話) 나. 비자립적인 X 가판(街販), 침(寢), 강(講), 무(舞), 공(供), 급상(給桑), 교(絞), 첨성(添星)9) (6가)는 단어조성에서는 단어형성소의 하나인 어기로 작용하지만 대체로 자립적인 명사로 분류된다. 조사와 통합되며 관형어의 수식을 받는다. (6나)는 의미상 ‘행위 성’의 의미가 분명히 드러나나 국어의 어휘부 속에서 자립적인 명사라고 하기는 어려운 한자어 행위성 어기들이다. 이들은 한자 자체의 의미가 투명하고 ‘대’(臺) 외에도 다른 한자어 어기들과 결합하여 다른 단어를 이룰 가능성이 있으나10) 이 어기들 자체가 자립적인 용법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비자립적이지만 의미 투명성이 높은 행위성 어기들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단순히 접사로 분류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본고에서는 이들 어기들에 대하여 명사는 아니지만 의미의 투명 성을 적극 인정하여 접사가 아닌 ‘어기’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11) 9) 첨성대는 고유명사라는 점에서는 해운대와 비슷하지만 ‘첨성’에 외부작업의 행위성 의미 가 있으므로 논의에 포함시켰다. 10) 가판점, 침실, 강당, 무용, 공양, 급상실, 교살, 첨성관 등의 단어를 이룬다. 11) 김창섭(1994: 23)에서는 ‘머리방, 노래방, 놀이방, 빨래방’류의 단어들에서 ‘방’을 ‘단어 형성 전용 요소’라 칭한 바 있는데 이것은 이러한 합성어들에서의 ‘방’이 자립명사로서 의 방의 의미를 갖지 않고 단순히 ‘가게’를 뜻하는 것으로 의미가 변한 채 합성명사 안 에서만 쓰임을 근거로 한 명칭이라 하였다. 이 ‘단어형성 전용 요소’는 의미 변화에 많 은 비중을 두었으나 의미는 전용됨으로 인하여 다의성을 획득하게 되므로 ‘전용’이냐 82 김정남 다음으로 외부작업성 X 중에는 동사의 명사형이 있다. (7) 가. 높이뛰기, 뛰여들기, 판짜기, 뛰기 나. 뜀, 디딤, 멈춤, 말림, 짐부림, 차돌림, 추림, 받침, 다림 다. 매달이, 판걸이, 몸풀이 라. 다이빙, 보링12) (7가)는 ‘-기’라는 명사형 어미를 취한 행위성 명사 어기들이고 (7나) 역시 또 다른 명사형 어미 ‘-ㅁ’과 통합한 행위성 명사 어기들이다. (7다)는 명사화 접미사로 규정 되는 ‘-이’를 취한 행위성 명사 어기라 하겠다. (7라)는 영어에 어원을 둔 동사의 동명사형으로, 바로 이런 어기를 취한 ‘X-대’형 합성어들의 출현은 ‘대’(臺)의 높은 생산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러나 (7라)의 경우 영어에서는 동사의 명사형인 동명사로 분류되지만 국어의 어휘부 속으로 들어온 외래어라는 관점에서 는 동명사가 아닌 ‘명사’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그렇게 볼 경우라면 (7라)는 (6가)의 부류에 함께 넣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7)의 예들 중 상당수는 북한의 ‘말다듬기’ 작업의 결과물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바로 이 점도 ‘대’(臺)의 생산력을 보여준다. 이들 어기들은 한자어가 아니라 고유어 및 외래어라는 점에서도 (6)과 다르며 자립성도 가지고 있는 부류이다. 고유어 행위성 어기들 중에는 자립성이 없는 형태도 있다. (8) 가시-, 굴-, 잉크굴- (8)에서 ‘가시대’는 남한에서는 ‘개수대’로 어형이 변화하였으나 북한에서는 여전히 ‘가시대’라는 형태를 쓰고 있다. 이때의 ‘가시-’는 “헹구다”를 의미하는 동사의 비자 립 어간이다. ‘굴대’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어원을 밝히고 있지는 않으나 이 ‘대’를 ‘[臺]’로 봄이 의미 면에서 온당하다고 판단하여 추가한 항목이다. 북한어로 되어 있는 ‘잉크굴대’의 경우에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어원을 ‘[臺]’로 기술하고 있 다. 여기서 ‘굴’은 ‘구르다, 굴리다’와 관련되는 동사 어간 ‘굴-’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영어의 동사 어간이 그대로 ‘X’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런 예 역시 ‘대’(臺)가 생산성이 그만큼 높다는 증거가 된다. (9) 싱크, 스타트, 점프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의미가 얼마나 투명한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 본고의 관점이다. 12) 올바른 표기형은 ‘볼링’이다. ‘X-대(臺)’형 합성어의 몇 가지 유형에 대하여 83 그러나 (9)는 ‘싱크’나 ‘스타트’, ‘점프’가 동사로서뿐 아니라 명사로서의 용법도 가지 고 있으므로 역시 (6가)의 부류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해야 할 가능성도 크다. 그렇게 본다면 ‘싱크(sink)대’는 ‘골(goal)대’ 등과 같은 유형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단순한 명사가 아니라 행위성의 의미를 갖는 명사라는 점에서는 고유어의 경우와 유사하다. 다음 (10)은 동사의 활용형 가운데 관형사형이 ‘X’가 된 예이다. (10) 앉을 관형사형은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명사형과 함께 묶일 수 있는 것이었다는 관점에 선다면 이 예 역시 (7나)에 묶어 넣을 수도 있을 듯하나 북한의 말다듬기와 관련한 신조어인 점을 감안한다면 X의 새로운 한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1.2. 자체작업의 의미를 지니는 X 다음으로 ‘자체작업’의 의미를 지니는 행위성 어기 X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자체 작업’이란 전술한 바와 같이 작업대 자체가 해당 행위성 어기가 의미하는 바의 행위 를 스스로 함을 일컬어 명명한 용어이다. 말하자면 ‘회전대’는 누군가가 ‘회전’ 작업 을 하기 위해 이용하는 ‘대’가 아니라 그 ‘대’ 자체가 ‘회전’ 동작을 하는 ‘대’이므로 이때의 ‘회전’은 외부작업이 아니라 자체작업인 것이다. 이 X들은 외부작업을 뜻하 는 어기 X에 비하여 수적으로 적지만 구조적으로는 그 X들과 평행하게 분류될 수 있다. (11) 가. 자립적인 X 기준구분(基準區分), 가로왕복(--往復), 공작(工作), 구분(區分), 균형중추 (均衡重錘), 꽃그릇회전(---回轉), 세로왕복(--往復), 왕복(往復), 지지(支持), 주축(主軸), 평형(平衡), 만능회전(萬能回轉), 회전(回轉), 횡진(橫陣) 나. 비자립적인 X 공무절삭기(工務切削機), 공작기(工作機), 단능기(單能機), 부연평고(附椽平高) (11가)는 자립명사에 속하며 특히 자체작업의 의미를 띠는 단어들은 대부분이 북한 어 합성어로 신조어의 성격을 띠므로 X가 합성 형태인 경우도 많다. 비자립적인 X는 자립명사가 아니라 한자어 구성소의 성격을 띠는 것이라 하겠다. 한편 자체작업 어기 중에도 외부작업 어기와 마찬가지로 동사의 명사형이 여럿 존재한다. 84 김정남 (12) 다림받침, 돌림, 미끄럼, 받침, 벌림 (12)가 그 예이다. 다만 단어가 많지 않아서 개수에 제한이 있는 듯하고 명사형 어미 ‘-ㅁ’에만 국한된 점도 실제로 외부작업이냐 자체작업이냐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수효상의 제한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아마 더 많은 단어들이 있었다면 ‘-기’나 ‘-이’가 결합한 어기도 있지 않았을까 한다. (13) 흔들 (13)은 (8)과 유사한 예이다. ‘흔들다’의 어간이 그대로 X로 나타난 예라 하겠다. (8)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13)과 같은 예가 X로 나타나는 것은 한국어의 조어법상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하는 관점도 있다. 즉, 어간에 다른 어미류의 개재 없이 바로 다른 어기가 결합하여 단어가 생성되는 것은 이른바 비통사적 합성법 (non-syntactic compounds)의 예이므로 통사적 합성법에 비하여 비일반적인 조어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10)의 경우처럼 관형형이 X가 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고 판단할 수 있고 따라서 (8)의 ‘굴’이나 (13)의 ‘흔들’을 어간이 아닌 관형형으로 보고자 하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13) 그러나 ‘흔들’의 관형형은 동일한 어형 ‘흔들’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굴’의 관형형은 ‘구를’이나 ‘굴릴’ 로 나타날 개연성이 높으며 ‘가시’의 경우에는 관형형으로 설명하는 것 자체가 어려 울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비빔밥’ 같은 구성의 합성어도 있지만 ‘덮밥’ 같은 구성의 합성어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8)이나 (13)이 ‘대’의 선행 어기 X로 불가능 한 형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상에서 작업성의 의미를 표현하는 X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제 작업성의 의미 를 갖지 않는 X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3.2. 구체물성 어기 X가 구체물성 어기인 것은 X가 ‘대’(臺)에 단순하게 놓여있는 경우 순수히 거치되 는 그 사물을 X로 표현하는 방식의 ‘X-대(臺)’형 합성어 조어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때도 X는 의미적으로 구체물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되지만 그 어기가 국어의 어휘 부 속에서 자립성을 가지고 있는가 아닌가도 경우에 따라 다르고 단일한 유형으로 나누기 어려우므로 전술한 행위성 어기의 경우와 같이 하위분류해 볼 수 있다. 13) 이는 <형태론 2006 봄 집답회>에서 행해졌던 본고의 예비 발표 자리에서 제기된 것이 다. ‘X-대(臺)’형 합성어의 몇 가지 유형에 대하여 85 그러나 이러한 X는 수적으로도 행위성 어기류보다 훨씬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이러한 X를 취한 ‘X-대’형 합성어 중에는 정상적인 조어법에 의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경우가 있기도 하다. 가령, ‘보면대’와 ‘악보대’에서 전자는 행위성 어기, 후자는 구체물성 어기를 취한 경우여서 전자는 “악보를 보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작업대”를 의미하는 단어인 데 비해 후자는 “단순히 악보를 올려놓기만 하는 거치대 (혹은 선반류)”의 의미만을 나타낼 뿐인 단어라고 볼 때 논리적으로 후자가 온당한 조어인지 의심스럽다는 말이다. ‘보면대’나 ‘악보대’는 동일한 대상에 대한 명칭인데 이 명칭이 뜻하는 것은 분명히 ‘거치대’가 아니라 ‘작업대’라는 것이 본고의 관점이기 때문이다.14) 더구나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譜面’을 “악보를 면대하다, 악보 가 닿다”라는 행위성의 의미로 뜻풀이하지 않고 “종이에 쓰거나 인쇄한 악보”라고 뜻풀이함으로써 구체성 어기로 해석하는 관점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북한어 ‘악보대’ 뿐 아니라 ‘보면대’조차 비논리적인 조어인 것으로 생각되게 하여 놓았다. 바로 이러 한 관점은 (1가)에서처럼 ‘대’에 “물건을 떠받치거나 올려놓기 위한 받침이 되는 기구”라는 의미밖에 부여하지 않은 관점과 일맥상통한다. 실제 ‘X-대’형 합성어들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의 의미가 ‘받침’이 아니라 ‘작업대’임을 간과 한 데 따른 것이다. 그리고 ‘面’에 ‘接’과 유사한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보면 대’라는 단어에서 역으로 ‘보면’의 의미를 추론·분석하여 의미를 기술한 데에 따른 오류가 아닌가 생각된다.15) 한편, ‘독서대’와 ‘도서대’는 전술한 바와 같이 전자는 “책을 읽는 일종의 작업대” 이고 후자는 “도서전시실이나 박물관 같은 데서 책을 단순히 올려놓는 일종의 진열 대, 전시대”이므로 사물의 형태가 비슷하나 분명히 기능과 용도가 다른 두 가지 지시물(reference)에 대한 두 가지 명칭(name)이므로 이 두 단어는 모두 논리적으 로 타당한 조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도서대’처럼 반드시 ‘단순 거치’의 의미를 표현하고자 하는 경우에 바로 이런 구체물성 어기를 ‘X’로 하는 단어가 조어되는 것이 논리적인 조어이며 이러한 조어 과정이 올바른 유추의 과정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악보대’와 같은 조어는 ‘독서대’나 ‘발사대’류가 아닌 ‘도서대’, ‘장독대’류 에서 유추하는 그릇된 유추 과정을 통하여 형성된 단어라고 하겠다. 이와 마찬가지 14) 물론 올려놓고 바라보는 것은 너무나 정적인 동작이어서 동작이 아닌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보면 독서대의 경우에도 독서 행위는 매우 정적인 것이다. 그리고 보면대나 독서대에서의 행위는 그냥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넘기는 행위가 포함됨을 상기해야 한다. 15) 이는 ‘보면’이 역형성(back-formation)에 의한 단어임을 말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86 김정남 로 ‘관상대’나 ‘측후대’를 ‘기상대’로 명칭 변경하고 ‘기상청’으로까지 바꾼 것 역시 이런 조어법적 관점에서 본다면 잘못된 일이라 하겠다. ‘관상’이나 ‘측후’는 행위성 어기인 데 비해 ‘기상’은 구체물성 어기이기 때문이다. 가령 ‘건조대’, ‘게양대’, ‘판매 대’라는 단어들을 ‘빨래대’, ‘국기대’, ‘상품대’ 등의 단어들이 각각 대체할 수 없는 것은 한국어 화자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올바른 조어 과정에 대한 인식과 그에 따른 올바른 유추 작용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16) 구체물성 어기 ‘X’는 자립적인 경우가 비자립적인 경우에 비해 수적으로 많다. (14) 가. 자립적인 X 관분(盥盆), 등(燈), 다리미(---), 포(砲), 등잔(燈盞), 다리(--), 도서(圖書), 등불(燈-), 마부(馬夫), 봉화(烽火), 성화(聖火), 시계(時計), 속보(續報), 삽 (-), 선가(船架), 성경(聖經), 시험관(試驗管), 신(-), 악보(樂譜), 연화(蓮花), 장독(醬-), 전차(轉車), 종(鐘), 증인(證人), 차(車), 초(-), 총(銃), 향 (香), 화분(花盆), 모델, 메스, 잉크, 피페트 나. 비자립적인 X 경(鏡), 촉(燭), 목초(木-), 목촉(木燭), 연(煙), 시(屍), 전(殿), 족(足) (14가)는 자립적이며 그 가운데에는 ‘모델, 메스’ 등과 같은 외래어 어기도 있다. (14나)는 비자립적인데 이렇게 비자립적인 어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구체물성 어기라는 특징상 그 어기가 자립명사의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행위성 어기의 경우 동사의 관형형이나 동사 어간, 명사형 어미를 취한 경우 등 여러 가지가 있었던 데 반해 구체물성 어기로는 동사류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의미 특성상의 제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구체물성 어기 가운데는 행위성 어기류와 달리 X가 재료나 형상을 의미하는 경우도 있음이 특징적이다. (15) 가. 재료를 나타내는 X 금(金), 옥(玉), 은(銀), 목(木), 석(石), 토(土), 등침(籐枕) 16) 그러나 새로운 단어를 형성하는 유추 작용이나 과정은 항상 올바르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일련의 신어 혹은 임시어 단계에서 이질적인 조어가 나타나기도 하는 예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가령 ‘승리자’라는 단어에 이끌려(유추되어) 생성된 ‘성공자’, ‘축 복자’라는 두 단어에서, 전자는 올바른 유추 작용에 의한 조어라 하겠지만 후자는 그렇 지 못하다. ‘승리하는 사람’과 ‘성공하는 사람’은 평형한 의미를 갖게 되지만 동일한 유 추 과정에 의하면 ‘축복하는 사람’을 의미하게 될 ‘축복자’라는 단어는 사실 ‘축복하는 사람’이 아니라 ‘축복 받는 사람’을 의미하는 문맥에 사용되기 때문에 올바른 조어라고 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것이다. ‘X-대(臺)’형 합성어의 몇 가지 유형에 대하여 87 나. 형상을 나타내는 X 삼각(三角), 각뿔(角-), 모뿔(--), 네모뿔(---) (15가)는 ‘대’의 선행 어기 X가 ‘대’의 재료를 나타내는 경우이다. 물론 이중에는 자립적인 어기류도 있고 비자립적인 어기류도 있으나 모두 ‘대’의 재료를 나타낸다 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리고 ‘토대’의 경우에는 ‘토’의 본의대로 “흙”의 의미에서 출발하여 “흙바탕”이라는 의미를 가졌으나 후에 “어떤 사물이나 사업의 밑바탕이 되는 기초와 밑천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추상화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편, ‘등침대’(藤寢臺)는 “등(藤)의 줄기로 엮어 만든 침대”로서 X가 두 가지 요소 의 합성으로 되어 있다. 즉 구체물성 어기 ‘등’은 재료를 나타내며 행위성 어기 ‘침’은 ‘대’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를 나타낸다. (15나)는 ‘대’ 자체의 형상일 수도 있고 ‘대’ 위에 올려져 있는 구체물의 형상일 수도 있다. 또한 전체 구조물의 형상일 수도 있다. 4. 기타 대(臺)의 의미 이상에서 ‘대’의 선행 어기 X를 그 의미 면과 구조적인 면에서 유형별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그러나 3장에서 다룬 것은 ‘작업대’, ‘선반’, ‘받침’ 등의 의미로 사용되는 ‘대’(臺)에 선접하는 X에만 국한된다. 그 밖에 ‘대’가 갖는 의미로는 ‘관청’이나 ‘축조 물’의 의미가 있다. 물론 이들도 기원적으로는 ‘받침’이라는 의미에서 확장되고 추상 화되어 나타난 의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시적으로 볼 때 그런 의미 확장을 거쳐 해석하기보다는 다의적인 것으로 판단하여 의미 대응을 하는 것이 좋다. ‘청와대’, ‘기상대’, ‘경무대’, ‘금오대’, ‘담당대’, ‘사헌대’, ‘상무대’ 등등에서 ‘대’는 관청의 의 미이다. 그리고 이 경우 ‘X-대’형 합성어들은 관청의 명칭이라는 점에서 고유명사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기상대’는 고유명사라고 하기에는 의미가 너무 투명한 것처럼 느껴지고 전술한 ‘교환대’의 경우에도 그렇다고 할 수 있으나 관청의 이름이라는 점에서는 고유명사임을 부정할 수 없다.17) ‘X-대’형 합성어 중 축조물의 경우에도 ‘대’가 축조물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되며 이때 ‘X-대’형 합성어 전체는 고유명사가 된다. ‘첨성대’, ‘영월대’, ‘탄금대’, ‘경포 17) ‘기상대’는 다소 의미가 추상화되어 기관의 이름으로 쓰인다. 실제 날씨나 기상을 관측 하는 장소(시설)은 ‘관측대’라 한다. 기상대의 예전의 이름은 ‘관상대’였는데 “기상을 관측하는 장소”라는 의미에 부합되는 이름은 ‘기상대’가 아니라 예전 이름인 ‘관상대’ 라고 하겠다. 88 김정남 대’, ‘고소대’, ‘광무대’, ‘능운대’, ‘능효대’, ‘만경대’, ‘만월대’, ‘봉황대’, ‘서장대’, ‘춘 당대’, ‘경궁요대’(瓊宮瑤臺), ‘구품연대’(九品蓮臺)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축조물은 물론 인공 축조물이지만 자연적으로 축조물처럼 높게 솟아오른 지형에 대한 명칭 역시 이와 비슷하게 ‘X-대’형 합성어로 나타나기도 한다. ‘문장대’, ‘백운대’, ‘해운 대’, ‘천상대’ 등이 바로 그러한 예이다. 5. 결론 본고에서는 국어 어휘 체계 내에 합성어로서 다수 존재하는 ‘X-대’형 합성어류에 대하여 X의 의미와 구조적 특징을 살펴보고 분류하는 작업을 시도하였으며 단어형 성소로서의 ‘대’의 다의적인 측면도 살펴보았다. ‘대’의 중심 의미는 ‘받침’이지만 ‘X-대’형 합성어들에서 가장 널리 나타나는 의미는 정작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기 술되어 있지 않은 ‘작업대’라는 의미이며 이에서 의미가 확대되어 자연적인, 인공적 인 축조물의 의미도 지니고 의미가 추상화되어 ‘관청’의 의미를 지니게도 되었으며 그러한 경우들에서 ‘X-대’형 합성어 전체가 고유명사로 나타나는 일이 많음을 설명 하였다. 또한 ‘X-대’형 합성어는 매우 생산적이어서 특히 북한어에서 순화어로 많이 나타나고 신어도 많으며 X가 외래어인 경우도 다수임을 보았다. ‘X-대’형 합성어 중 ‘대’가 ‘받침’이나 ‘선반’의 의미를 지니는 경우는 X가 ‘구체물’ 을 의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대’가 ‘작업대’의 의미를 지니는 경우에는 X가 ‘행위 성’의 의미를 표현하는 어기로 나타난다. 이 행위성 어기 X는 다시 ‘자체작업’과 ‘외부작업’이라는 두 가지 의미로 나뉘며 이른바 자립적인 행위성 명사류가 많으나 동사가 명사형 어미 ‘-기, -ㅁ’, 명사화 접미사 ‘-이’를 취한 경우도 있었으며 동사의 관형형, 그리고 심지어 동사의 어간에 직접 ‘-대’가 통합하는 비통사적 합성어의 형태로도 나타남을 보았다. 그리고 ‘다이빙, 점프’ 등 영어 어기가 X 자리에 나타나기 도 함을 보았다. 구체물성 어기는 대체로 자립적인 구체명사가 많으며 의미적으로 ‘-대’가 의미하는 받침 위에 올려놓는 물건의 의미를 나타내는 경우가 다수였으나 ‘-대’를 이루는 재료나 ‘-대’의 형상을 의미하는 구체물성 명사 및 비자립적 어기가 X 자리에 나타나기도 하였다. X의 구분과 분류에는 ‘자립적/비자립적’이라는 기준이 들어가기는 하였으나 본고 에서는 이 기준에는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한국어의 어휘 체계 속에 자리 잡게 된 한자 어기라는 외래적 요소에 대하여 어떤 개별 요소가 자립적인가 비자립적인가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고 모호한 측면이 ‘X-대(臺)’형 합성어의 몇 가지 유형에 대하여 89 있으며 현재에도 합성어 형성에서는 여전히 비자립적인 한자 어기가 많이 이용된다 는 점에서 단어형성소와 단어구성소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점, 그리고 한자에 기원한 어기들은 합성어의 형성에서 구조적이거나 형태론적인 특징보다는 그 의미 투명성과 같은 의미 특징이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자립성의 유무에 논의를 너무 할애하는 것은 낭비적 요소가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 이다. 이상 ‘X-대’형 합성어에 대한 고찰은 한국어 어휘 체계 속에서 극히 미미한 하나의 합성어 유형에 대한 형태·의미적 고찰이지만 세부적인 한 가지 유형에 대한 고찰에 한정되지 않는다. ‘X-대’형 합성어는 한자어를 기반으로 한 한국어 합성어 가운데 대표적인 유형이라 할 수 있다. ‘X-대’형 합성어는 다른 어떤 형의 단어류들에 비해 X의 구조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대’의 의미도 여러 가지가 나타나므로 생산적인 한자어 합성어의 구조 분석을 특히 ‘X-대’형 합성어류에서 출발하는 것이 다른 경우 에 확대 적용하는 데에 매우 이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X-대’형 단어류와 유사 한 구조로 분석되는 단어류는 전술한 ‘X-계(計), X-기(機)’류뿐 아니라 ‘X-자(者), X-인(人)’ 등 그 수가 매우 많다. 그러므로 이 한 가지 합성어 유형에 대한 미시적인 고찰이 이러한 유형의 다른 합성어들의 분석에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확대 적용의 결과 어떤 일반적인 원리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동안 고유어 단어 구성 에 대한 분석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한자어 단어 구성에 대한 분석에 하나의 전기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한국어 한자어 단어 구조에 대한 분석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학습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어휘 학습 및 교수 에 체계적인 자료와 방법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바로 이러한 부분에 대한 확대 적용 논의는 후고를 기약한다. 참 고 논 저 고영근(1992), 「형태소란 도대체 무엇인가?」, 南沙李覲洙博士還曆紀念論叢, (이병근 밖에(편)(1993), 형태, 태학사, 11-23에 다시 실림). 국립국어원(1999), 표준국어대사전, 두산동아. 김계곤(1997), 현대국어의 조어법 연구, 박이정. 김광해(1994), 「한자합성어」, 국어학 24, 467-484. 김동찬(1986), 단어조성론, 평양: 고등교육도서출판사. 김일병(2005), 「한자합성어의 구조와 생성에 대한 연구」, 국어교육 118, 319-362. 90 김정남 김정남(2006), 「지명 변화의 원인과 과정에 대한 일고찰」, 이병근선생퇴임기념 국어학 논총, 태학사, 1055-1075. 김정남(2007), 「의미 투명성과 관련한 국어의 제 현상에 대하여」, 한국어의미학회 20 차 전국학술대회 발표요지집. 김종복·이예식(2002), 생성어휘론, 박이정. 김창섭(1994/1996), 국어의 단어형성과 단어구조, 태학사. 남기심·고영근(1985/1993), 표준국어문법론(개정판), 탑출판사. 노명희(2004), 현대국어 한자어 연구, 태학사. 두산동아 사전편찬실(1997), 동아 새 한한사전, 두산동아. 바우어(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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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then analyze the common meaning of Xs in X-dae-form compound words. There are many X-dae-form compound words in Korean lexicon. In Standard korean grand dictionary, we can search 955 words that have the structure of ‘X-dae’. Among them the X-dae-form compound words are 608 items. We claim that the dae is not a suffix but a root or a base and that it is a very productive constituent in the new words formation. Also we suggest that there are two main kinds of X: one is a type of activity noun or root and the other is a type of concrete noun or root. Additionally there are several types of X, but they are too little in number to take our main attention. Most of new words are derived by analogy with these two main types of words. dokseodae, ‘X-대(臺)’형 합성어의 몇 가지 유형에 대하여 91 hwajangdae are representative words of the former type, and jangdokdae, seojeokdae are counterparts of the latter type. The former type is more numerous and general than the latter type. Key words: word formation, X-dae-form compound words, suffix, root, base, productive, new words, derivation 김정남(金貞男) 446-701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 1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 전화: 031-201-3784, 팩스: 031-201-3784 e-mail: kim@khu.ac.kr (2006. 6. 19. 원고 받고, 2006. 8. 14. 싣기로 함)